불 꺼진 방 안에 홀로 누워있노라면 견딜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이고는 합니다. 그 어떤 실체나 의미 또한 없는.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숨을 가만히 내쉬어 봅니다. 나는 혼자입니다. 차라리 혼자인 게 낫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공포가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이불을 뒤척일 때마다 사르륵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옵니다. 내 심장 소리와 숨소리, 이불 쓸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웁니다. 항상 이렇게 난 견딜 수 없는 공포를 이겨내려 애씁니다. 잘 되지는 않습니다만. 아마 이 공포는 바다 밑으로 침잠해버린 내 자존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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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인생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짝수와 홀수 중 아마 홀수에 가까울 것입니다.
아니라면 무한히 홀수에 가까워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내 삶이 싫다고는 표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또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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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루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사내는 눈 앞의 과자를 하나 집어먹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녹여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과자를 씹었다. 입안에 들어간 지 한참 후에야 아그작하는 과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런 느린 동작으로 입 안을 비운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전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학교나 직장, 혹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원. 독서실, 극장. 그 어느 곳에서나 눈에 띄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잊어버릴 얼굴 또한 내 존재감에 한몫했을 겁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 한 구석에 있는 거울 앞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말이죠, 전 그런 제 일상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이런 평범함에 함몰되어, 나라는 존재의 가치는 없는 게 아닐까?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존재들 속에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있는 것일까?"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손을 뻗어 거울 속 자신과 손을 맞추었다.

"에디슨, 그는 세상에 빛을 가져왔지요. 물론 그의 이름은 알려져야 마땅합니다. 베토벤, 그 또한 귀가 안 들릴 때에도 작곡을 하는 아주 그럴듯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물론! 그의 이름도 알려지는 게 당연하지요. 헬렌 켈러, 퀴리부인들도 마찬가지로."

그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듯 숨을 골랐다.

"그렇다면 피카소, 엔디 워홀, 몬트리안이나 마크 로스코도 당연한 이야기일 겁니다. 그러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나와 무엇이 다르길래 세상 곳곳 모든 사람들이 이들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요 명성, 그들은 명성을 떨칠 수 있는 무언가 업적을 남긴 사람들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그는 거울에서 몸을 돌리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면 테드 번디, 에드 게인, 제프리 다머. 이들도 업적을 남긴 사람들일까요? 업적과 명성이 비례한다면 그 방법에 있어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아아아-물론 좋고 나쁜 방법이란 차이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의자에 묶인 남성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그 나쁜 방법이 제 이름을 알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란 것도 말이죠"

사내는 탁자에 놓인 과자를 다시 입에 넣었다.

"그래서 당신을 어떻게 죽여야 내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될까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아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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