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병원을 나선 그날부터, 며칠을 고민하다 작은 돌을 주워왔다. 선물로 이런 걸 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려나. 잠시 고민했지만 글쎄 내가 줄 수 있는 게 별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돌을 주워 온 날부터, 그 돌을 쓰다듬는 건 내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 그저 내 온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차가운 돌에 내 온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몇 달간 쓰다듬은 돌은 이제는 꽤나 반질반질해졌다.

그런데 이거 좋아하려나.

넌 언제나처럼 햇살이 제일 따뜻한 시간대에 찾아왔다. 아니, 네가 와서 따뜻한 걸지도. 넌 평소와 같이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었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라는 말에 최대한 힘내어 웃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난 베개 밑에 숨겼던 돌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많이 없더라고. 앞으로 얼마나 더 같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내 온기가 담길 수 있게 많이 쓰다듬었는데... 그럴진 모르겠네. 그냥..."

네가 울기 바라진 않았는데... 그냥 나라는 사람을 만났다는 기념품처럼, 그냥 어떤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가는 기념품처럼 가지고 있어줘. 중요하지 않게 그냥 창고에 박혀 있어도. 네 옆에만 있으면 내가 있었다는 걸 문득 한 번씩 생각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어... 미안...

울고 있는 널 난 달래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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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버렸다. 가끔씩 혹은 이따금씩 생각나는 기억들의 편린은 날 혼란에 빠트렸다. 집을 찾아갈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일단 한발자욱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곤 발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차디찬 땅의 냉기에, 내가 신발을 신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또한 내가 걸음을 내딛는다는 그 자체도 생소하다는 것도.

난 기억을 되짚었다. 일분 전에 난 무엇을 하고 있었나? 난 어디에 있었나? 여기는 어디인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십 분 전에는, 한 시간 전에는? 전혀... 아니. 한 가지 기억이 되살아났다. 안개 낀 바다 위에서 스리슬쩍 얼굴을 들이밀듯 기억이 나타났다.

난 걸음을 다시 옮겨 산을 올랐다. 약간 숨이 거칠 어 올 때쯤, 산 중턱에 다다랐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내가 죽기로 한 곳이구나. 난 잠시 앉아 산 아래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어버리기 시작할 때쯤, 그렇게 생각했다. 이 곳에서 저녁노을 지는 마을을 바라보며 죽어야겠다고. 붉게 물들어가는 마을만은 내 눈에 기억되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밤이 찾아오고 해는 숨었다. 난 몸을 돌렸다.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길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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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난 너를 바라보는 게 좋았다. 네가 작은 입술로 빨대를 무는 게 좋았다. 입가에 살짝 묻은 아이스크림이 미칠 듯이 좋았다. 나를 향해 말을 하며 오물거리는 입술이 좋았다. 빨간 입술이 좋았다. 난 그저 너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좋았다. 너의 갈색 눈동자가 좋았다. 갈색 눈동자가 사라지는 눈웃음이 좋았다.

네가 미칠 듯이 좋았다. 내가 널 떠날 수 없는 이유야 수만 가지이지만, 그건 그저 널 좋아한다는 한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네가 날 떠나는 이유와는 반대되는,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좋아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그게 널 얼마나 질리게 하는 줄 알면서도 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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