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발을 내딛는 동작, 팔을 흔드는 각도, 몸을 세우거나 숙이는지, 땅을 보고 걷거나 하늘을 보고 걷는다던가. 어쩜 이렇게 모두 다른 모습을 하며 걷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그들의 걸음걸이가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을요. 저마다의 생각과 행동을 닮고 있다는 것을요. 전 다른 이들에게 어떤 걸음걸이로 보일까요?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한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한.  (0) 2018.06.06
손톱.  (0) 2018.06.06
전염.  (0) 2018.06.06
나쁜 일.  (0) 2018.06.06
사회.  (0) 2018.06.06
Posted by Ralgo :

우울은 전염되나 봅니다. 제 우울을 누군가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감기라고 해야겠지요. 물론 그들은 옮지 않고 나만 그들의 우울에 전염당한다는 게 다른 거지만요. 왜 저는 다른 이들의 우울이 이렇게 쉽게 물드는 걸까요? 다른 모든 이에게는 있는 항체가 저에게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토록 우울한 밤을 지새우는 거겠지요.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한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톱.  (0) 2018.06.06
걷다.  (0) 2018.06.06
나쁜 일.  (0) 2018.06.06
사회.  (0) 2018.06.06
피하지 말고.  (0) 2018.06.06
Posted by Ralgo :

제 인생에서 일어난 수많은 나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 중3 때의 일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되고 말았지요.

전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제가 기억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말이죠. 사실 이 감정은 어떠한 증오와 가까운 것이라 싫다는 말과 확실히 맞닿아 있는 감정이 아니긴 합니다. 이 증오는 끊임없이 뭉쳐지고 응어리져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술, 그건 어찌 보면 이 모든 증오의 시작이자 아버지 그 자체일 수도 있겠지요. 아주 어릴 적엔 술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가져오는 마법의 물약 같은 건 줄 알았지요.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아주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그건 우리네가 흔히 쓰는 '술만 안 마시면 참 좋은 사람인데 말이야'하는 그따위 것이었습니다.

온 집안을 부수어놓고 심지어 가족들을 폭행하는 쓰레기. 술은 아버지를 망가트리는 것도 모자라 가족을 망쳐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버지의 끊임없는 폭행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어머니는 견디기 힘드셨겠지요. 그래서 달빛을 가로등 삼아 멀리 도망치셨겠지요.

전 창문에 얼굴을 조금 내밀고 어머니가 사라져 가는 걸 보고만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깰까 봐 이불을 온몸에 두른 채로요.

전 어머니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었습니다. '언젠가 해야지- 할 수 있을 거야'하고 다짐해왔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칼을 손에 쥐고 아버지의 얼굴 맡에 섰습니다. 당장 칼을 휘두르기만 한다면 죽일 수 있을 겁니다.

전 아직도 후회하곤 합니다. 그때 아버지를 죽이지 못한 게 제 평생 제일 나쁜 일이 되어버리고 말아버린 것을요. 그토록 수많은 나쁜 일이 아버지로 인해 생길 것을 그때 알았다면 죽여버렸을 텐데 말이죠.

'끄적끄적-. > 불편한 이야기-한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다.  (0) 2018.06.06
전염.  (0) 2018.06.06
사회.  (0) 2018.06.06
피하지 말고.  (0) 2018.06.06
하나.  (0) 2018.06.06
Posted by Ral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