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에 해당되는 글 174건

  1. 2018.06.06 후회.
  2. 2018.06.06 관계.
  3. 2018.06.06 지우다.
  4. 2018.06.06 몰랐던.
  5. 2018.06.06 일.
  6. 2018.06.06 영화.
  7. 2018.06.06 예측.
  8. 2018.06.06 마지막.
  9. 2018.06.06 안도.
  10. 2018.06.06 이상.

되돌릴 수 있는 것. 그것은 내 여태껏 삶의 모든 후회들에 직결되어 있다. 나는 항상 후회하고 절망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실망하고-. 다시 후회하고.
그런 쓸데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런 것들의 연속에 나는 점점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때 이렇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때 그런 식으로 했다면. 다른 생각을 했다면! 후회한다. 되돌릴 수 있는 것-. 되돌아 갈 수 없는 과거. 그리고 되돌아가고 싶다는 희망. 헛된 희망. 그것은 내 맘을 조금씩 무너트렸다. 좀벌레처럼-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나는 썩어 들어가고 있다. 붕괴되어가는 마음을 다시 붙이려 해보았자- 후회는 더욱 커졌다. 자신의 그림자를 더욱 넓히고 나는 그렇게 하루하루 좀먹고 있다.

되돌릴 수 있는 것-. 그것. 되돌릴 수 있다면- 만약. 아주 만약. 되돌릴 수 있는 것이 하나만 주어진다면. 그렇다면. 난. 뭘. 어떻게.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제일 뒤틀려버린 무엇. 끊어져버린 그것. 생각났다.

나의 꿈. 나의 모든 꿈. 내가 어렸을 적 꾸었던 꿈. 내 이상. 나의 미래. 그것은 내 전부였던 후회. 그래 꿈이었다. 되돌릴 수 있을까. 되돌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다시 할 수 있을까. 너무-

늦진 않았나.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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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남성의 물음에 여성은 한참을 대답이 없다. 그저 가만히 컵 속의 물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얼굴을 살피듯. 빨대를 들고 있는 검지 손가락이 툭툭-. 물 잔에 물결을 일으킨다. 남성도 딱히 여성의 대답을 바라지는 않았던 것인지, 자신의 물음에 대해서 답을 갈구하지 않는다. 손에 들린 핸드폰을 무의미하게 만지작거린다.

"글쎄... 너는?"

"응?"

여성의 대답은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남성은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어느새 여성의 눈은 남성을 향해있다. 하지만 물 잔에 물결을 만드는 그 무의미한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남성의 대답이 늦어질수록 여성의 검지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물결이 더욱 빠르게 생겨난다.

"아마... 꿈"

남성의 대답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무의미한 물결 만들기를 그만뒀다. 몸을 의자에 파묻듯이 기대어 앉고는 다시 남성을 쳐다본다. 무료한 표정-. 남성은 여성을 쳐다보지 않는다. 핸드폰을 만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핸드폰... 재밌어?"

"안 궁금해?"

여성의 물음에 남성은 생뚱맞은 질문을 해온다. 하지만 여성은 곧 질문의 의미를 깨닫고 눈을 돌린다.

"응"

여성은 대답을 하고는 기지개를 켠다. 지루하다. 지금 이 자와 있는 시간 모두. 무료한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가자"

"진짜 안 궁금해?"

다시금 남성이 질문한다. 여성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빨대를 집는다. 또다시 물결을 만든다. 거센 물결이 물컵 속을 요동친다.

"그래, 말해봐"

여성의 대답에 남성은 잠시 숨을 고른다. 왠지 입술이 마른다. 계속해서 만지던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여성과 눈을 맞춘다. 둘은 눈을 피하지도 않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조금 흐른다. 여성은 따분한 듯 하품을 한다. 지루한 하품 소리가 조용히 퍼져나간다. 남성은 그제야 마음을 굳힌 듯 마른 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연다. 긴장한 것인지 조금은 갈라진 쇳소리가 흘러나온다. 큼 큼-거리는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다.

"넌 나한테 꿈같은 사람이니까. 내가 어릴 적 꿈꾸던 사람이니까"

남성은 자신의 말에 쑥스러운지 뺨을 긁는다. 여성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가자"

"으, 응?"

"가자고"

여성이 핸드백을 들고 일어선다. 남성은 어정쩡한 자세로 따라 일어나며 다시 입을 연다.

"저... 아무렇지 않아?"

"뭐가?"

"내가 한 말..."

남성은 여성의 눈치를 살핀다. 여성은 그런 남성을 신경 쓰지도 않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쳐 맨다. 몸을 돌린다.

"갈게"

여성은 남성을 떠났다.
여성은 지금까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 여성은 그런 여자였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아무도 사랑할 것 같지 않은 여자였다. 여성은 저만치 멀리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남성은 허둥지둥 뒤쫓아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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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너는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걸 난 그저 아무 말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 말도. 난 차마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그 말을 억지로 억눌렀다. 왠지 모를 환희와 왠지 모를 안도감.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죄책감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너를 바라보면서 난 기쁘다는 표정을 가식적으로 지은채, 항상 짓눌리는 무거운 마음을 없애려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죄인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멍이라도 든 것처럼. 하지만 이건 단순히 내 죄의식이 부족해서일까. 혹은 그만 걱정해도 된다는 안도감일까. 난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 있는 이 공간에서. 분명하고도. 그리고 확실하게. 난.

기뻐하고 있었다.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억누르고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이 무기력할 정도로 온 몸을 휘감았다. 난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울고 있는 너를 보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 이 기쁨을 억누르는 게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난 가식적으로 너를 끌어안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는 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용히 쓰다듬었다. 너는 한참을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너는 울다 지쳐 내 품에서 잠들었다. 나는 너의 곁을 지키고-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시선을 피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는 너를 부축하며 건물을 나섰다. 그 순간까지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죄책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로지 해방이라는 그 감정만 남았다.

오늘 난 뱃속의 아이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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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내가 천지분간 못하던 어린 시절, 그러니까 대략 10살쯤의 이야기다. 난 장난기 넘치는 아이였다. 목에 긴 보자기를 둘러매고 담벼락에서 뛰어내리길 반복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 그런 아이였다. 바지 뒷주머니에는 아버지가 어디 시장에서나 사 왔을법한 새총을 들고(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손떼가 덕지덕지 붙은 조잡한 새총이었으니 아버지가 쓰던 것일지도 모른다) 뒷산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해가 뉘역 뉘역 질 무렵이 되어서야 목에 둘렀던 보자기를 풀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해가 땅으로 떨어질 때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보자기를 땅에 끌며 집으로 향했다. 길어지는 그림자를 밟으려 노력하며 걸음을 옮길 때, 저 멀리서 낯선 얼굴이 보였다. 어디선가 많이 본, 그렇다고 10살 아이의 짧은 기억 중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얼굴. 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내 앞에 무릎을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제 집에 가니?"

"네! 근데 아줌마는 누구예요?"

"아줌마... 모르겠니?"

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려할 때 어느샌가 아빠가 다가와 옆에 섰다. 그리고 아줌마와 내 사이를 가로막아 섰다. 아빠는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였고, 아줌마는 무척이나 슬픈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난 어딘가 익숙한 아줌마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확인하려 아빠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움직였다.

"다시는 눈 앞에 띄지 말랬잖아!"

"한 번만... 한 번만 얘기하게 해줘, 제발. 이제 곧 못 보게 될 텐데 한번 얘기하게 해줄 수 있잖아! 앞으로 안나타 날 테니까..."

"당장 꺼져, 평생 너랑 마주할 일 없으니까"

아빠는 날 잡아끌듯 팔을 낚아챘다. 멀어져 가는 아줌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만 슬프면서 화난 그 표정에 물어볼 수 없었다. 아빠는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앞으로 저 아줌마가 찾아오면 아는 척도 하면 안 된다. 알았니?

난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증을 속으로 삼켰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아빠는 술을 드셨다. 둘이 마주 앉아 커져가는 언성을 줄이지 못한 채. 난 그저 엄마와 아빠가 화가 풀리기를 기도했다. 왜 화났는지 그때는 몰랐던,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25년, 그 일 이후로 25년이 흘렀다. 다른 아버지들보다 조금은 더 나이 드셨던 아버지는 오늘도 술잔을 기울였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 술을 드시는 것 같다. 난 조용히 옆에 앉아 비어버린 술잔을 채워드렸다.

"10살 때 기억하니?"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다시 술을 한잔.

"그 여편네, 며칠 전에 찾아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버지는 비어버린 술잔을 나에게 건네고는 술을 따라주었다.

"친애미는 만나봐야지. 네 엄마도 죽고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난 술잔을 들이켰다. 어느 때인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내가 부모님의 친아들이 아닌걸. 아버지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쪽지 하나를 꺼내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친어머니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주소.

"널 버리고 간 애미를 난 만나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네 엄마의 부탁만 아니면..."

아버지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가봐, 멀진 않을게다"

난 고개를 꾸벅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버지는 다시 한잔 술잔을 비우고는 식탁에 탁-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그래도 넌 내 아들이다, 네 엄마의 아들이기도 하고. 다녀와서 술잔 받아라"

"네... 아버지"

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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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아침부터 이유 없이 터져 나오는 짜증을 억누르고 웃고 있다. 시발, 말단, 쫄다구, 신입. 시발. 속으로 수없이 터져 나오는 욕설을 한마디도 내뱉지 않는다.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억지로 웃는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눈이 멍하니 다른 곳을 향한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이 짜증을 누구에게 풀지? 하지만 아무에게도 풀 사람은 없다. 속으로 삭힌다. 마음속 한 구석에서 응어리가 생긴다. 욕이 나온다. 괜히 건드는 상대방의 얼굴을 후려갈기고만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난 또 웃는다. 베알꼴리는 사회생활 말단. 웃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술도 먹지 않았는데 속이 쓰리다. 위액이 넘어오는 것만 같다. 괜히 타는 속을 달래려 물을 마신다. 입안이 바짝-마르고 씁쓸하다. 시발. 왜일까. 왜 하필 오늘일까. 수 없이 참아온 많은 날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거의 일 년 넘게 나는 스마일맨-. 가족과 친구 그리고 회사에서도 난 화내는 법이 없는 그런 병신. 웃음 뒤에 숨어서 사람 좋아 보이는 모습을 한 그런 병신. 사람들은 그저 내가 실없이 쪼개고 다니는 놈으로 보이겠지. 마음속 구멍으로 한없이 슬픔을 쏟아내는데, 그게 하필이면 오늘. 넘쳐버렸는데. 왜 이런 슬픔이 쌓였을 때도 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안길수도 없는 건지. 그동안 내가 쌓아온 이미지가 아까운 건지, 그냥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건지. 이 짜증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커져만 간다. 제발 날 건들지 마. 날 혼자 있게 해줘. 제발. 하지만 그럴 리 없지. 다시금 시작되는 수많은 일거리들. 제발. 제발. 제발. 오늘만큼은...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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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기억해줘 헬렌. 뭘. 모든 것을. 무심코 코 끝이 찡해졌다.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모든 것을. 마음 깊숙한 곳, 숨겨두려했던 말. 모든 것을. 기억해줘 헬렌. 가프의 대사가 그렇게 마음을 흔들었다. 기억해줘. 내 모든 것을. 로빈 윌리암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대사와 그가 남긴 영화의 한 장면들은, 마치 마음을 뒤흔들듯 남아있다. 보지도 않았던 영화의 한 장면, 한 대사. 기억해줘 헬렌.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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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나에게는 초능력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죠. 당신에게 처음 말하는 겁니다. 왜냐구요? 글쎄요. 당신도 저와 똑같다는 느낌을 받아서랄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뭔가 알 수 없이 친밀하게 느껴지고 동족, 혹은 동포라는 그 느낌. 알고 있죠? 뭐,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아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거기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라구요. 솔직히 말해봐요. 내 얘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죠?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앉아있는 상황이니까 별 수 없이 듣고 있는 거 알아요. 어떻게요? 하하하. 당신의 얼굴에 쓰여있어요. 심드렁한 그 표정. 척 봐도 알 수 있거든요. 표정이 잘 드러나는 타입인가 봐요- 아니면 말구요. 이렇게 날씨도 좋은 날에 우리 둘이 앉아서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햇살도 맞으면서-에이에이. 제 얘기 좀 들어보시래도요. 들어서 그렇게 재미없는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요.

좋아요- 허리 똑바로 피고.

옳~치. 자- 예? 제가 초능력자인걸 증명해보라구요? 하하하하- 그거야 어렵지 않죠. 전 진~짜 초능력 자니까요. 전 말이죠. 으흠-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요. 뭐 말 그대로 예측이긴 하지만요. 간단히 하나 보여드리죠. 지금 저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이세요? 아니 아니- 그쪽 말고. 좀 더 오른쪽 파란 티를 입은 남자애요. 아아- 걔 맞아, 그래요. 옆구리에 끼고 있는 축구공 보이죠? 자- 저걸 이제 어떻게 할까요? 하하하- 뭐 가지고 가거나 그랬으면 제가 안 물어봤겠죠. 정확히 지금부터 10초 뒤에 공을 뒤로 던집니다. 아-진짜... 한번 봐바요. 5,4,3,2,1.

지금.

히히히 봤죠, 봤죠? 지금 딱 정확한 타이밍에 뒤로 던진 거? 아-거참. 믿으래도 그러네. 그럼 직접 한 명 골라봐요. 뭐? 저기 노란 티... 별거 없네요 그냥 가던 길 쭉 갈 거예요. 거 봐요-맞죠? 뭐? 저기 시폰 드레스 여자요? 넘어져요. 지금. 히히히히 맞죠? 봤죠? 그쵸? 전 진짜라니까요. 그래요 드디어 조금은 믿음이 생기나 보죠? 휴우- 힘드네요. 하하하하 이 능력을 어디에 쓰긴요. 뭐 생각해보니 딱히 쓸데가 없긴 하네요. 아 이봐요! 제 능력만 보고 가면 어떡합니까! 아이-진짜 가지 말라니까. 저기요 얘기 좀만 더- 그러니까! 아니, 할 말이 있다고...

하아-... 가버렸네.

5초 뒤에 차에 치일 텐데...

5

4

3

2

1

지금.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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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침묵하는 게 더 상처가 되는 거야"

그 말은 싸늘하게 내뱉어졌다. 마치 그럴싸한 명언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분명 날 두고 하는 말이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다른 누군가에게 더 이상 의지하지 않은 채-. 그리곤 한참을 우리는 서 있었다.

"평생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자다가도 문득, 밥을 먹다가도, 얘기를 할 때도, 생활 모든 곳곳에서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절대 잊혀지지 않게"

침을 삼켰다. 그녀는 자신의 숨이 거칠어지는 건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그녀의 파르라니 변한 핏기 없는 입술을 바라보았다. 예전 언젠가는 그녀의 입술도 붉디붉은색이었다. 생명이 다달아감에 따라 그녀의 입술도 생명을 빼앗기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이든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내려다봤을 때. 공기가 좋거나 나뭇잎이 유난히 파랗다거나. 꽃이 아름답게 피었거나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거나. 날 생각해야 해. 알았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가 대답하지 않는걸 탐탁지 않아했으나 난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갔다. 그녀의 말을 막아야 하지만, 내 눈앞이 흐려져 그럴 수 없었다. 그게 눈물이란 걸 손으로 닦아내고 나서야 알았다.

"비가 내리고 땅이 축축하고 여름철 더위로 찝찝해도, 겨울에 너무 추워 이빨이 딱딱거려도, 그때도 날 생각해야 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만족하듯 눈을 감았다. 갈수록 거칠어져 가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녀가 부탁했듯 난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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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오라.

끊임없는 번뇌와 고통과 역경 속에서 그 모든 고통을 이고 나에게 오라.

고민이 있는 자는 그 고민을 멈출지 모른다. 고민은 그대를 집어삼키고 굴러 떨어지는 눈덩이처럼 몸을 키우고 키우고, 또 키워 모든 걸 파묻고 말 것이다.

고통이 있는 자는 하루가 어서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저 높이 떠 있는 태양을 어서 끌어내리려 애를 쓸 것이다. 이윽고 태양이 땅으로 떨어지고 난 뒤에야 달빛을 이불처럼 끌어안고 잠들려 할 것이다.

역경이 있는 자는 순탄치 않은 인생에 절망을 내뱉을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헤엄치지도 못한 채 숨만 간신히 쉬어댈 뿐일 것이다.

그대여, 그대 나에게 오라. 끊임없는 번뇌와 고통과 역경 속에서 그 모든 고통을 이기고 나에게 오라.

나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으나, 모든 이에게 허락된 하나의 평등을 그대에게 주리니. 그대여, 그대 나에게 오라.

끝나지 않은 어둠 속에서 나 그대에게 축복인 안식을 주리니. 그대여, 이곳에서 안도하여 더 이상 힘든 일 없으리라. 그대여, 그대 나에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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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상이 나의 이상이 아님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은 게 내 불찰이었다. 너의 이상을 헤아리지 못한 게 나의 잘못 이련만, 난 이상하게도 너를 탓하며 나의 이상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너를 욕했다. 아-, 나도 알고 있다. 내 이상은 그저 시인 이상의 날개처럼, 한없이 추락할 일만 남은 헛된 이상이란 걸. 우리의 관계가 뒤틀려버린 이상, 어찌할 일 없는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리라. 이리도 이상하게 나의 감정을 담아내는 이 글은 아마 너에게는 말장난처럼, 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마냥 느낄 수 있다. 그래-, 난 너에게 이 글이 그렇게 이상하게 읽히도록 의도하고 있다. 너와 나의 이상이 다름에, 우리의 이상이 이상하게 되어버린 이상, 너와 나는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게 될 바에야-. 그냥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글처럼, 편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이상대로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아마 그게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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