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의 선의는 날 불편하게 하곤 했다. 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곤 할 때마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몰고 오곤 했다. 검은 먹구름과 같은 불쾌감이 날 집어삼킬 때마다, 난 숨길 수 없는 비뚤어진 미소를 내뱉고는 했다. 나는 이 불쾌감에 대해 많은 날들을 고민해 왔다. 그들의 이유 없는, 목적 없는 선의는 언제나 반짝거렸다. 검은 그림자처럼 한없이 어둠에 스며져 있는 나에게조차 반짝거리는 선의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럴 때마다 드러나는 내 치부와도 같은 그림자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들과 나의 명암은 대비가 너무나도 극렬하여 다가가는 게 고통이 돼버리고 말았다.

그들이 내민 손에서 느껴지는 반짝이는 선의, 그리고 그 속에 스며있는 아주 조그마한, 나를 향한 연민. 그리고 그들 자신이 나와 같지 않다는 아주 조그마한 연민보다 더 작은 환희. 한번 눈에 들어온 이질감은 사라지지 않고 몸뚱이를 키웠다. 마치 암덩어리와 같이, 서서히 몸을 불리던 불쾌감은 이내, 그리고 이윽고. 나 자신을 뒤덮어 그들의 선의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극명한 불쾌감을 선사했다. 그건 아마 나 자신이 다른 이에게 선의를 표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의 추악한 자존감이 만들어낸 방어기제로써의 불쾌감일 것이다. 내가 못하는 일에 대한 일로써 불쾌감을 만들어내는. 아마 이것은 고치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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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사랑을 하다 아픔을 알았다. 스무 살의 설렌 순간들은 운명의 장난처럼 순식간에 사랑을 앗아갔다. 서로 간의, 서로에게 향한 수많은 순간들이 일련에 사라지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걸 직감했다. 손톱을 파고든 가시처럼, 살을 에는 겨울바람처럼, 긁혀 쓰라린 상처처럼. 사랑의 시발점에서부터 시작된 수많은 고통과 상처는, 순항하던 배를 좌초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이별했고 서로에게 쓰라린 상처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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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lgo :

소설을 읽는 사람들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워낙 다작을 하기도 하는데다 많은 책들이 베스트셀러, 온갖 영상화로 이어지는 작가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군대에서 많이 읽었다. '악의'나 '붉은 손가락', '백야행'과 같은. 용의자 X의 헌신도 마찬가지로 군대에서 한번 읽었던 책이다.

읽을때마다 느끼는건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면모는 소설이니까 가능한게 아닐까. 차라리 야스코의 행동이라면 이해가 된다.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모습이 자신을 옥죄어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면 현실에선 타당하지 않을까. 세상엔 어찌됬든 무조건적인 사랑과 무조건적인 헌신은 없을테니까. 어찌됬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인만큼 재밌고 술술 읽히고 결말도 딱 깔끔하게 떨어지는 재밌는 책이다. 등장인물들의 사고관이 나랑은 안맞아서 의아한 점은 있으나 그것이 캐릭터성이겠지.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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