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상이 나의 이상이 아님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은 게 내 불찰이었다. 너의 이상을 헤아리지 못한 게 나의 잘못 이련만, 난 이상하게도 너를 탓하며 나의 이상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너를 욕했다. 아-, 나도 알고 있다. 내 이상은 그저 시인 이상의 날개처럼, 한없이 추락할 일만 남은 헛된 이상이란 걸. 우리의 관계가 뒤틀려버린 이상, 어찌할 일 없는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리라. 이리도 이상하게 나의 감정을 담아내는 이 글은 아마 너에게는 말장난처럼, 혹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마냥 느낄 수 있다. 그래-, 난 너에게 이 글이 그렇게 이상하게 읽히도록 의도하고 있다. 너와 나의 이상이 다름에, 우리의 이상이 이상하게 되어버린 이상, 너와 나는 더 이상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게 될 바에야-. 그냥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글처럼, 편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이상대로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아마 그게 서로에게 더 좋은 일일 것이다.
그대가 날 외면하니 나 그댈 떠나겠소.
그대의 마음엔 내 머물 자리 없으니.
관계의 거리가 우리의 거리니
이 거리를 거니는 게 그대에게 다가가는 것이라,
나 그리 가벼이 생각했소.
그대에게 가는 것이 그대는 멀어지는 것이라
그것이 결국 우리의 위치가 다름을 인지하게 하니.
그대가 날 외면하니 난 그댈 떠나겠소.
다짐할 수 없는 다짐을 수 없이 되뇌이며,
난 그대에게 영원한 이방인이 될 것이오.
그대가 외면하여 바람대로.
난 일평생 이성과 감성의 괴리에서 생기는 내 행동의 일면들에 대하여 고민해왔다. 모순의 골짜기는 조금씩 깊어져 가 결국은 어찌할 도리 없는 크나큰 협곡으로 변해버리었다.
난 어찌하여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여 해결할 수 없는 실마리를 찾으려 하는가. 난 어찌하여 그 고민 끝에 명확한 해답이 있을 거라 믿는가. 결국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음에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눈물 흘리는 게 나인가. 알던 사람의 죽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나인가.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 일면과 보이지 않는 내 일면의 모습이 괴리가 있는 것은 어떠한 이유인가. 혹자는 그 모습 또한 자신이며, 모든 사람이 그런 일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지만. 난 왜 이리도 나 자신에 대해 불편하고 마뜩지 않으며 신뢰하지 않는 것인가.
아마도 나 자신을 가장 믿지 못하고 괴이하게 여기는 게 아마 나 자신이 아닐까. 크나큰 모순의 협곡 속에서 나는 더욱더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도 모른다.